전체 글 (61) 썸네일형 리스트형 (2009)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 파멸을 향하여 독특한 편집 방식, 지속적인 리와인드 방식을 통해 가정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인간의 파멸과 그릇된 욕망은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또 하나의 '빙의'를 보게 되어 좋았고 좋았고, 그의 실제 사인처럼 약물 중독 모습이 나와 한 명의 팬으로서 아린 느낌을 받았다. 한 인간의 파국은 어떻게 치닫게 되는 것이며, 그 하나의 진한 잉크 한 방울 튀어 누구에게 묻고 그 방울은 타인의 입은 옷에 스며들어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는다. 마치 파멸의 과정이란 이런 것임을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여준달까. 정면으로 충돌하려는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를 탄 둘은 도저히 안전바를 제치고 탈출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늘은 왜 이런 재능을 서둘러 .. (2023) 솔트번 (Saltburn) -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헛된 욕망 배리 케오간의 또 한 번의 미쳐버린 열연.아름다운 이미지들이 파티를 벌이듯 끊임없이 이어지며 충격 그 자체의 장면들을 이 세대,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영맨이 원맨 쇼를 통해 보여준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리 케오간이기에 할 수 있었던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분명 과한 장면들이 일부 있다는 것이 시청자인 개인으로서의 의견이며 다소 역겨울 수 있는 상황들도 나열된다. '과연 이 배우가 아니라면 누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돌아버린 열연. 욕망과 잘못된 관념이 케케묵은 부잣집 스토리를 박살 낼 때. 거짓은 거짓을 낳고 욕망은 그 거짓이라는 장작에 기름을 끼얹는다. 구르면 굴러갈수록 커지는 눈 밭 위의 눈사람은 진실의 햇살이 비치면 속살을 떠나 본래의 형체라곤 없었던.. (2019)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 우회하지 않는 진짜 영웅의 질주 숨겨진 진짜 영웅과 포드식 허세가 왜 해당 국가의 특성을 지닌 기업인지를 보여준다. 진짜 영웅 켄 마일스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그는 불속에서 사라졌지만 모두는 알고 있으며,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역시 그를 기억하고 진짜 영웅이 누구인지를 알기에 그의 자동차처럼 계속해서 그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는 연기를 피운다. 순수한 열정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불꽃을 지피울 수 있는지, 우회하지 않는 영웅의 직진 코스가 자신을 믿어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선택한 적절한 수준의 타협을 보이며, 양옆 시야를 차단한 채 달리는 경주마가 마침내 결승선이 아닌 광활한 평야를 시야에 담을 때.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얼마나 ’순수한‘ 드라이버였음을 깨닫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2015) 캐롤 (Carol) -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의 소중함 이 영화를 보면 케이트 블란쳇에서 빠져나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 외로운 사람끼리 성별을 떠난 사랑과 치유, 그리고 영원한 친구의 소중함.둘은 단순한 친구를 넘어 사랑의 말도 속삭이지만, 결국 둘을 이어주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우리도 누구에게나 캐롤이 필요하며 이 영화가 주는 느낌과 색감 역시 정말 사랑스럽다.처음 아픔을, 그것도 인생의 아픔을 겪는 이에게 그 길을 지나온 자가 전하는 편지.마지막 장면은 그 어떤 블록버스터의 엔딩 신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며 이를 표현하는 블란쳇의 표정은 가장 큰 떨림을 전해준다.시멘트 같은 내 삶에, 그녀의 시선이 창문을 통해 퍼지는 따뜻한 빛처럼 다가와 나는 비로소 꽃이 된다. 영화를 본 사람 중 마지막.. (2011)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 또 하나의 얹어진 상처에 대하여 원제는 스웨덴 작가의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웨덴에서 먼저 영화화되었지만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로 인해 위의 제목으로 변경되었으며, 자연스레 배우들 역시 바뀌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루니 마라임을 알기 힘들 정도로 동유럽에서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로 등장한다.(루니 마라가 매력적이라면 ‘캐롤’을 보시라. 물론 케이트 블란쳇에 더 빠지게 되겠지만) 시작부터 끌리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이 영화가 나에겐 그랬고(사실 번역된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시청 욕구를 저하시키는 제목이라고 생각하지만) 거대한 음모 및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이 탄탄한 스토리에 긴장감을 계속해서 불어 넣으며, 엄연히 지리적으로 동유럽에 속하는 스웨덴 특유의 무언가 .. (2019) 비바리움 (Vivarium) - 인생의 굴레에 대하여 비바리움(Vivarium): 관찰이나 연구를 위해 동물과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 이 단어의 뜻만 알고 보더라도,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다 보면 괴이한 장면들 속에서도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건 결코 어렵지는 않다고 본다. 독특한 이미지의 나열과 환각을 일으키는 환경을 표현함으로써, 그 어떤 것보다 섬뜩하고 울컥하게 만드는 우리 모두의 삶의 굴레를 보여주는데, 동시에 반전을 기대 또는 ‘희망‘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깊이를 만들었고 기이함에서 출발한 현실감을 가져다준다. 우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거나 미지의 무언가를 현실로 마주할 때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면 이는 곧 전자의 이유가 아닐까 하는 걸 영화를 보는 와중.. (2021) 백조의 노래 (Swan Song) - 과학과 윤리 사이의 어딘가 마하셜라 알리의 목소리는 언제나 옳다. 눈 앞에서 내줄 수 밖에 없는 가족과, 윤리 및 사랑 사이의 괴리감. 또 하나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곱씹게 하는 영화. 스스로 아픔을 삼킬 수 있다면 가족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가족으로 하여금 나지만 내가 아닌, 하지만 나인 줄 모르는 ’그‘를 사랑하도록 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옳은 일인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는 자동차의 앞바퀴와 뒷바퀴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래의 우리는 이처럼 당도하는 문제들을 어떤 해결 방식과 사고로 대처해야 하는지, 아마 그때에 도달해서도 알지 못할 것만 같다. 나오미 해리스의 피아노 연주를 동반한 노래는 단연코 이 영화의 백미였다고 자부한다. 마치 HER에서의 스칼렛 요한슨의.. (1999) 사랑이 지나간 자리 (The Deep End of the Ocean) - 사랑한 필요한 자여 [미셸 파이어와 지금은 고인이 된 트리트 윌리엄스가 주연] 오래된 영화가 좋다. ‘누구의 잘못인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가정을 가장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 3살 때 실종된 아이는 부모의 잘못도 아니며(엄밀히는 부주의했던 잘못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아이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다. 여러 선택지가 있더라도 부모는 자식의 행복을 우선시했고 결국 아이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어쩌면 샘보다 더욱 사랑이 필요했던건 벤자민이 아니었을까. 이제 이들에게 별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원제는 The Deep End of the Ocean인데, 크게 가슴에 와닿지 않는 면이 있기에 한국 개봉 제목인 ‘사랑이 지나간 자리’가 훨씬 이 영화에 들어맞는, 음식에 꼭맞는 양념을 넣은 것처럼 아주 맛있.. 이전 1 ··· 4 5 6 7 8 다음